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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002]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
[도종환#001]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 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 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 도종환 -
[물들음#015] 글귀 글귀 이따금씩 좋은 글귀가 떠올라 끄적여 보려는데 순간 기억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의 여운이 그대로인걸 보니 내 안에 잘 스며들었나보다. 내가 되었나 보다. - 물들음 - 2019.04.23
[물들음#014] 지평선 지평선 그 소녀의 하얀 팔이 내 지평선의 모두였다. 끝인지 시작인지 모를 그곳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 물들음 - 2019.04.19
[물들음#013] 도착 도착 우리는 매일 도착하기 위해 나아간다. 그 도착은 새로운 시작이 되고, 또 새로운 곳으로의 도착을 위해 묵묵히 나아간다. 도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물들음 - 2019.04.18
[류시화#005]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 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 류시화 -
[류시화#004] 지금 알고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
[류시화#003] 소금인형 소금인형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 류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