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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음#023] 기록 기록 나는 오늘에 산다. 어제 또한 어제의 오늘에 살았다. 내일 역시 내일의 오늘에 살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만 산다. 기록을 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를 모든 순간을 산다. 현재의 나와 수 많은 우리를 과거의 나와 수 많았던 우리를 미래의 나와 그리고 수 많을 우리를 그렇게 기록으로 나와 우리 모두의 삶을 산다. - 물들음 - 2019.05.05
[물들음#022] 반복 반복 무너져내린 처음으로 회귀가 아닌 처음과 끝 진보된 그 사이 어딘가 시리도록 차가운 실패가 아닌 뜨거운 성공의 언저리 그 어딘가 의미없는 무기력한 행위가 아닌 우리의 고귀한 삶 그 자체 어딘가 - 물들음 - 2019.05.04
[물들음#021] 지각 지각 너에게로 돌아가는 이 순간이 지각(遲刻) 이었음을 아무런 지각(知覺)도 하지 못한체 다가오는 우리의 지각(地殼)변동을 예측하지 못한체 - 물들음 - 2019.05.04
[이상#005] 아침 아침 캄캄한 공기를 마시면 폐에 해롭다. 폐벽(肺壁)에 그을음이 앉는다. 밤새도록 나는 몸살을 앓는다. 밤은 참 많기도 하더라. 실어 내가기도 하고 실어 들여오기도 하다가 잊어버리고 새벽이 된다. 폐에도 아침이 켜진다. 밤사이에 무엇이 없어졌나 살펴본다. 습관이 도로 와 있다. 다만 내 치사(侈奢)한 책이 여러 장 찢겼다. 초췌한 결론 위에 아침 햇살이 자세히 적힌다. 영원히 그 코 없는 밤은 오지 않을 듯이. - 이상 -
[이상#004] 가정 가정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 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 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 이상 -
[이상#003] 꽃나무 꽃나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近處)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 내었소. - 이상 -
[이상#002] 거울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오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오 내말을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오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잽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으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오 나는지금거울을안가져오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오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오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이상 -
[물들음#020] 서점 서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는곳 삶 그리고 꿈이 있는곳 우리의 세계 그리고 또 다른 수억개의 세계가 있는곳 고요하지만 우리의 빅뱅이 시작 되는곳 그곳은, 서점이란 우주 - 물들음 - 2019.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