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2) 썸네일형 리스트형 [물들음#019] 하품 하품 왜 눈물이 날까 난 괜찮은데 네가 그리워서 그런건 아니야 그냥 하품이 그런거야 분명 그런거야 하품이, 그런거야 - 물들음 - 2019.04.30 [물들음#018] 멀리 멀리 긴 고민끝에 긴 방황끝에 다시 너에게로 간다. 저 멀리 너를 보았기에 네가 보였기에 되돌릴 수 있을거라 저린가슴 부여잡고 되돌아 갔지만 네 마음은 저 멀리 닿을 수 없는곳에 우리 둘만 덩그러니 - 물들음 - 2019.4.29 [이상#001] 이런시 이런 시(詩)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 메고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詩는 그.. [물들음#017] 물음표 물음표 창 밖에 저 나무가 묻는다. 무엇이 걱정이냐고 창 밖에 저 바람이 묻는다. 무엇이 아픈거냐고 창 밖에 길이 묻는다. 어디로 가고싶냐고 난,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하지 못한다. - 물들음 - 2019.04.25 [물들음#016] 모른 채 모른 채 널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냥 잊혀지면 좋으련만 그저 사라지면 좋으련만 시간이 무색하게 희미해지지 않는걸까 삼킬수도 뱉을수도 없는 목에 걸린 이 가시는 언제쯤 무뎌질 수 있는걸까 그래도 널.. 잊고싶지 않아 - 물들음 - 2019.04.24 [도종환#005] 접시꽃 당신 접시꽃 당신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도종환#004]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은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 [도종환#003] 담쟁이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